평택에 파비스 두 대가 서 있습니다. 둘 다 2024년식이고 둘 다 325입니다. 그런데 한 대는 17만km, 다른 한 대는 38만km예요. 여기까지는 "많이 뛴 차가 싸겠구나" 하실 겁니다. 그런데 38만km짜리가 2,800만원 더 비쌉니다. 오늘은 이 두 대를 나란히 놓고, 주행거리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1. 두 대를 나란히 놓습니다
2026년 8월 19일 조회 시점 그대로입니다. 값도 주행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 항목 | A — 냉장윙 11톤 | B — 카고 12톤 |
|---|---|---|
| 모델 | 파비스 325 후축 | 파비스 325 후축 |
| 연식 | 2024년 7월 | 2024년 1월 |
| 주행 | 379,000km | 170,000km |
| 보유 기간 | 25개월 | 31개월 |
| 월평균 주행 | 15,160km | 5,483km |
| 특장 | 냉장윙 | 카고 |
| 변속기 | 오토 | 세미오토 |
| 가격 | 1억 1,000만원 | 8,200만원 |
같은 해에 나온 같은 모델, 같은 마력입니다. 그런데 표를 아래로 내려갈수록 두 차가 완전히 다른 차라는 게 드러납니다.
2. 늦게 나온 차가 20만km 더 뛰었습니다
먼저 연식부터 보십시오. A가 2024년 7월, B가 2024년 1월입니다. A가 여섯 달 늦게 나왔어요. 그런데 A가 20만 9천km를 더 달렸습니다.
총주행만 보면 2.2배지만, 이건 공평한 비교가 아닙니다. 두 차의 보유 기간이 다르니까요. 월평균으로 나눠야 같은 자로 재게 됩니다.
- A — 379,000km ÷ 25개월 = 월 15,160km
- B — 170,000km ÷ 31개월 = 월 5,483km
월평균으로 보면 2.8배로 더 벌어집니다. 총주행 2.2배보다 격차가 큽니다. 이게 오늘 글에서 가장 먼저 가져가셔야 할 습관이에요. 주행거리는 총량이 아니라 월평균으로 읽습니다. 연식이 한 해만 달라도 총량 비교는 의미가 흐려집니다.
3. 그런데 더 뛴 차가 2,800만원 비쌉니다
여기서 통념이 깨집니다. 38만km짜리 A가 1억 1,000만원, 17만km짜리 B가 8,200만원입니다. 두 배 넘게 뛴 차가 2,800만원 더 비싸요.
주행거리가 값을 깎는 건 맞습니다. 다만 값을 만드는 항목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게 이 두 대에 그대로 나와 있습니다. A와 B를 가른 건 세 가지입니다.
- 특장 — A는 냉장윙, B는 카고입니다. 온도를 맞추는 장치가 통째로 하나 더 붙어 있습니다. 냉동기와 단열 판넬은 새로 얹으면 수천만원이 드는 자리예요.
- 변속기 — A가 오토, B가 세미오토입니다. 중고 시장에서 오토는 값에 프리미엄이 붙고, 매물 수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 일감 — A는 월 1만 5천km를 뛰는 냉장 간선 자리에 있던 차입니다. 그 자리를 이어받을 분에게는 차와 함께 일이 검증됐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니까 A의 38만km는 흠이 아니라 그 차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려 주는 이력입니다. 물론 그 이력에는 소모품이 한 바퀴 돌았다는 뜻도 같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절이 필요합니다.
4. 그래서 주행거리는 이렇게 읽습니다
파비스 같은 중형 윙·카고를 보실 때 구간마다 물어볼 것이 다릅니다. 아래 표를 그대로 들고 가셔도 됩니다.
| 구간 | 이 구간의 성격 | 반드시 물어볼 것 |
|---|---|---|
| 10만~20만km | 아직 초반. 왜 일찍 나왔는지가 관건 | 매각 사유, 사고·수리 이력, 보증 잔여, 월평균 주행 |
| 30만~40만km | 소모품이 한 바퀴 도는 구간 | 클러치·미션 손봤는지, 타이어·브레이크 교체 시점, 특장 정비 이력 |
| 50만km 이상 | 주요 부품을 손댔거나 곧 손댈 차 | 엔진·미션을 언제 어디서 손봤는지 정비 명세로 확인 |
그리고 월평균을 꼭 계산해 보십시오. 월 5천km대면 근거리 배송이나 세컨드 차량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월 1만 5천km면 간선을 뛴 차예요. 같은 30만km라도 5년에 걸쳐 뛴 차와 2년에 몰아 뛴 차는 다릅니다. 전자는 세워 둔 시간이 길어 고무·배터리·에어 계통이 삭았을 수 있고, 후자는 소모품이 빨리 닳지만 정속 주행 비중이 높아 엔진 부담은 덜한 편입니다.
5. 용도가 주행을 만듭니다
결국 주행거리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그 차가 어떤 일에 붙어 있었느냐가 주행을 만들고, 그 일이 상태도 만듭니다.
- 냉장·냉동 간선 — 월 1만~2만km. 밤에 장거리를 정속으로 뜁니다. 엔진 부담은 덜하지만 냉동기 가동시간이 따로 쌓입니다. 주행거리와 별개로 반드시 물어보셔야 하는 숫자예요.
- 근거리 카고·납품 — 월 5천km 안팎. 대신 서고 출발하기를 반복해 클러치와 브레이크가 먼저 닳습니다. 주행은 적은데 소모품은 닳아 있는 경우가 여기입니다.
- 공사·현장 투입 — 주행은 적은데 하부와 적재함이 험합니다. 주행거리만 보고 사면 가장 크게 어긋나는 유형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상담에서 제일 먼저 여쭙는 게 "몇 km짜리 찾으세요"가 아니라 "어떤 짐을 얼마나 자주 나르실 겁니까"입니다. 용도가 정해지면 봐야 할 구간이 정해지고, 구간이 정해지면 물어볼 것이 정해집니다.
위에 적은 항목은 사장님이 직접 하실 수 있는 것들입니다. 저희는 직접 매수한 차만 120여 항목으로 점검해 i-인증트럭으로 내보내는데, 주행이 많은 차일수록 클러치 잔량·냉동기 가동시간·소모품 교체 시점을 수치와 기록으로 남깁니다. 보증은 약관에 60일 또는 2만km, 보장 한도 최대 300만원, 자기부담 35%로 적혀 있고 엔진·변속기·동력전달·조향·제동과 특장 작동까지 들어갑니다. 소모품·외장·사고·임의 수리는 제외입니다.
6. 이럴 땐 넘기세요
트럭 파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닙니다만, 아래에 해당하시면 그 차는 넘기시는 게 낫습니다.
- 30만km가 넘었는데 정비 명세가 없는 경우. 소모품이 한 바퀴 돌았을 구간인데 기록이 없다면, 값이 싼 게 아니라 계산이 안 되는 겁니다.
- 주행은 적은데 월평균이 이상하게 낮은 차. 오래 세워 둔 차일 수 있습니다. 고무·배터리·에어 계통과 냉동기 상태를 따로 보셔야 합니다.
- 냉장·냉동인데 가동시간을 모른다고 하는 경우. 주행거리와 따로 도는 숫자입니다. 그걸 모르면 차의 절반을 모르고 사시는 겁니다.
- 주행거리만 보고 값을 깎아 달라고 하실 생각이라면. 협상의 지렛대는 주행거리가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항목입니다. 무엇이 확인 안 됐는지로 이야기하시는 편이 훨씬 남습니다.
- 계기판 주행거리와 정비 이력의 주행이 어긋나는 차. 이건 값 문제가 아니라 신뢰 문제입니다. 그 자리에서 넘기십시오.
7. 지금 전시장에 선 차들
오늘 얘기한 두 대와, 주행거리로만 보면 설명이 안 되는 차 한 대를 같이 걸어 두겠습니다. 가격·주행거리는 2026년 8월 19일 조회 시점 기준입니다.
세 번째 차를 왜 넣었는지 짐작하셨을 겁니다. 79만km를 뛴 2015년식이 9,999만원입니다. 앞의 17만km짜리보다 비쌉니다. 톤급과 특장이 다르니 단순 비교는 아니지만, 주행거리 한 줄로 값을 가늠하면 계속 어긋난다는 건 여기서도 같습니다. 차량 이력과 등록 사항은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에서 직접 조회하실 수 있고, 파비스 라인업과 시세는 파비스 총정리에, 5톤·8.5톤 구분은 제원 정리에 따로 뒀습니다.
사장님, 마지막 한 줄만 더 드리겠습니다. 주행거리는 차를 거르는 기준이 아니라 물어볼 것을 정해 주는 안내판입니다. 어떤 짐을 얼마나 자주 나르실지만 알려 주시면, 어느 구간에서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같이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실차는 평택 청북에 있습니다. 중고트럭은 역시 아이트럭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주행거리가 많으면 무조건 싼가요?
아닙니다. 평택에 선 파비스 두 대가 그 반례입니다. 둘 다 2024년식 325인데 379,000km짜리가 1억 1,000만원, 170,000km짜리가 8,200만원입니다. 더 뛴 차가 2,800만원 비쌉니다. 값을 만든 건 특장(냉장윙)과 변속기(오토)였습니다.
주행거리는 어떻게 읽어야 하나요?
총량이 아니라 월평균으로 읽습니다. 총주행을 보유 개월 수로 나눠 보세요. 위 두 대는 총주행이 2.2배 차이지만 월평균으로는 15,160km와 5,483km로 2.8배까지 벌어집니다. 월평균을 알면 그 차가 간선을 뛴 차인지 근거리 배송 차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연식이 늦은데 주행이 더 많을 수도 있나요?
있습니다. 위 두 대 중 2024년 7월식이 2024년 1월식보다 여섯 달 늦게 나왔는데 209,000km를 더 달렸습니다. 그래서 연식만으로 주행을 짐작하면 안 되고, 반대로 주행만으로 연식을 짐작해도 어긋납니다. 두 값을 같이 놓고 월평균을 내야 합니다.
30만km 넘은 파비스를 사도 되나요?
주행거리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30만~40만km는 소모품이 한 바퀴 도는 구간이므로 클러치·미션을 손봤는지, 타이어와 브레이크를 언제 갈았는지, 특장 정비 이력이 있는지를 정비 명세로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록이 있으면 값에 비해 좋은 차일 수 있습니다.
주행이 적은 차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나요?
그럴 수 있습니다. 월평균이 이상하게 낮으면 오래 세워 둔 차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워 둔 시간이 길면 고무·배터리·에어 계통이 삭고, 냉동차는 냉동기 상태도 따로 봐야 합니다. 또 근거리 납품 차량은 주행이 적어도 서고 출발하기를 반복해 클러치와 브레이크가 먼저 닳습니다.
냉장윙은 주행거리 말고 뭘 더 봐야 하나요?
냉동기 가동시간입니다. 주행거리와 따로 도는 숫자라 반드시 따로 물어보셔야 합니다. 그다음 세워 놓고 실제로 돌려 설정 온도까지 내려가는 데 걸린 시간을 보고, 문을 닫고 온도를 유지하는지, 적재함 판넬 이음새가 벌어지지 않았는지를 확인합니다.
주행거리로 값을 깎을 수 있나요?
협상의 지렛대는 주행거리 자체가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항목입니다. "많이 뛰었으니 깎아 달라"보다 "이 구간에서 손봤어야 할 자리의 기록이 없다"가 훨씬 구체적입니다. 확인이 끝난 차는 주행이 많아도 값을 지키고, 확인이 안 된 차는 주행이 적어도 위험합니다.
중고트럭은 역시 아이트럭
어떤 짐을 얼마나 자주 나르실지만 알려 주시면 어느 구간에서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같이 정리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