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전시장에서 "탑차 보러 왔습니다"라고 하시는 분께 저는 늘 같은 걸 먼저 여쭙습니다. "짐을 어느 방향에서 싣고 내리십니까." 이 질문이 실례처럼 들릴 때가 있다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 이걸 안 여쭙고 박스부터 보여 드리면, 두 달 뒤에 차를 다시 파시는 걸 여러 번 봤습니다. 탑차는 박스부터 고르는 차가 아니라 맨 마지막에 박스가 정해지는 차거든요. 오늘은 그 순서를 통째로 드리겠습니다.
1. 순서를 거꾸로 잡으면 되돌아옵니다
탑차를 찾아보시는 분들이 제일 먼저 검색하시는 게 박스 치수입니다. 표준탑이 몇 미터냐, 하이탑은 얼마나 높냐. 그 정보가 필요 없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다만 그건 네 번째 질문이에요.
왜 그러냐면, 박스 치수는 앞 단계가 정해진 뒤에야 의미가 생기는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뒤에서 손으로 싣는 택배 짐이라면 하이탑이 유리하지만, 지게차로 파렛트를 옆에서 밀어 넣어야 하는 짐이라면 하이탑이 아니라 애초에 윙바디를 보셔야 합니다. 박스 높이를 아무리 재도 답이 안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순서를 이렇게 잡으시면 됩니다. 이 네 단계는 앞이 정해져야 뒤가 좁혀지는 구조라 건너뛸 수가 없습니다.
- 상하차 방식 — 옆이냐, 뒤냐, 위냐. 차형 자체가 여기서 갈립니다.
- 온도 — 상온이냐, 냉장이냐, 냉동이냐. 값과 점검 항목이 여기서 갈립니다.
- 톤급 — 파렛트 몇 장이냐. 무게가 아니라 장수로 셉니다.
- 박스 규격 — 표준탑·하이탑·광폭. 앞의 셋이 정해지면 후보가 몇 대 안 남습니다.
2. 1단계 — 상하차 방식이 차형을 정합니다
이게 제일 중요한 갈림길입니다. 짐을 어느 방향에서 싣고 내리느냐 하나로 탑차인지 아닌지가 먼저 정해집니다.
| 싣는 방향 | 방식 | 맞는 차형 |
|---|---|---|
| 옆에서 | 지게차로 파렛트 | 윙바디 |
| 뒤에서 | 손 · 대차 · 파워게이트 | 탑차 |
| 위에서 | 크레인 · 중장비 | 카고 |
현장에서 제일 자주 어긋나는 자리가 여기입니다. "물류센터 일 받을 겁니다"라고 하시면서 탑차를 보러 오시는 경우예요. 물류센터 배차는 대부분 지게차가 옆에서 파렛트를 밀어 넣습니다. 탑차는 뒷문 하나로만 열리니 지게차가 안쪽까지 못 들어갑니다. 짐을 다 손으로 옮겨야 하는데, 그러면 하루 회전수가 안 나옵니다.
반대 경우도 있습니다. 뒤에서 대차로 밀어 넣는 택배·가구·이사 짐인데 윙바디를 사시는 경우요. 윙은 날개 구조 때문에 같은 톤급에서 자중이 더 나가고 값도 더 비쌉니다. 안 쓸 기능에 돈을 얹은 셈이 되는 거예요.
파워게이트를 다실 생각이라면 이 단계에서 같이 정하셔야 합니다. 나중에 달면 구조변경 승인 대상이라 절차가 하나 더 붙습니다. 절차는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2단계 — 온도에서 값이 크게 뜁니다
차형이 탑차로 정해졌으면 그다음은 온도입니다. 여기서 값이 한 번 크게 움직입니다.
- 일반탑(상온) — 공산품·택배·가구. 냉동기가 없으니 값도 점검 항목도 가장 단순합니다.
- 냉장탑 — 신선식품·유제품. 보통 0도에서 10도 사이를 씁니다. 자세한 건 냉장탑차 글에 정리해 뒀습니다.
- 냉동탑 — 육류·수산·아이스크림. 영하 18도 이하까지 내려가야 하니 냉동기 사양이 올라갑니다.
- 투냉 — 칸을 나눠 냉장과 냉동을 같이 싣습니다. 한 대로 두 가지 일을 받을 수 있는 대신 값이 올라갑니다.
여기서 제가 드리는 조언은 하나입니다. 냉동기는 사 놓고 안 쓰면 유지비만 나갑니다. 상온 짐만 나르실 거면 일반탑이 맞습니다. 반대로 온도 짐인데 일반탑을 사시면 일감 자체가 안 들어옵니다. 냉동차 점검 항목은 따로 볼 게 많아서 중고 냉동탑차·냉동윙 점검 글에 냉동기 가동시간 보는 법까지 따로 정리해 뒀습니다.
4. 3단계 — 톤급은 파렛트 장수로 셉니다
톤급을 정할 때 무게부터 재시는 분이 많은데, 탑차는 부피 화물이 대부분이라 무게보다 장수가 먼저입니다. 택배 상자, 가구, 식자재 모두 무게가 차기 전에 공간이 먼저 찹니다.
그래서 상담할 때 저는 이렇게 여쭙습니다. "표준 파렛트로 몇 장 실으십니까." 장수가 나오면 톤급이 좁혀지고, 톤급이 좁혀지면 박스 길이가 따라옵니다. 톤수 전체 지도가 필요하시면 중고트럭 톤수 정리 글을 먼저 보셔도 좋습니다.
무게도 물론 봐야 합니다. 화물차는 적재중량의 110%까지만 실을 수 있습니다. 3.5톤이면 3,850kg이에요. 상시로 이 선을 넘기면 매일이 과적이고, 단속 이전에 차가 먼저 상합니다. 면허 기준은 도로교통공단 기준으로 2종 보통이 적재중량 4톤 이하, 1종 보통이 12톤 미만까지입니다. 3.5톤·3.9톤 탑차는 2종 보통으로도 되지만, 그 위로 올라가면 1종 보통이 필요합니다.
5. 4단계 — 이제 박스 규격을 봅니다
여기까지 오셨으면 후보가 몇 대 안 남습니다. 그때 박스를 봅니다. 표준탑이냐 하이탑이냐 광폭이냐는 이미 정해진 짐에 맞춰 마지막으로 다듬는 단계예요.
박스 규격별 치수와 시세는 중고 탑차 고르는 법에 표준탑·하이탑·내장탑 비교표로 따로 정리해 뒀으니 그 글로 넘어가시면 됩니다. 여기서는 순서만 짚고 넘기겠습니다.
다만 실물에서 꼭 하셔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바깥 전장이 아니라 박스 안쪽을 재세요. 카탈로그 숫자와 실측이 다른 경우가 흔합니다. 내장탑이면 단열재 두께만큼 안쪽이 줄어들고, 냉동탑이면 판넬이 더 두꺼워 더 줄어듭니다. 파렛트 한 장이 들어가느냐 마느냐가 이 몇 센티에서 갈립니다.
탑차는 박스 판넬 들뜸·문짝 처짐·바닥 부식·골격 뒤틀림이 반복해서 나옵니다. 냉동탑이면 여기에 냉동기 가동시간과 판넬 단열 상태가 더 붙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한데 문이 안 닫히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돈이 들어갑니다. 저희는 직접 매수한 차만 120여 항목으로 점검해 i-인증트럭으로 내보냅니다. 보증은 약관에 60일 또는 2만km, 보장 한도 최대 300만원, 자기부담 35%로 적혀 있고, 냉동·윙 작동 같은 특장도 보증 범위에 들어갑니다. 소모품·외장·사고·임의 수리는 제외입니다.
6. 이럴 땐 탑차 사지 마세요
트럭을 파는 회사가 할 말은 아니지만, 다음에 해당하면 이번엔 넘어가시는 게 낫습니다.
- 지게차로 옆에서 싣는 일이 주력인 경우. 탑차가 아니라 윙바디입니다. 뒷문 하나로는 회전수가 안 나옵니다.
- 상온 짐만 나르는데 냉동탑을 보고 계신 경우. 냉동기는 안 써도 관리비가 나갑니다. 일반탑이 맞습니다.
- 파렛트 장수를 안 세어 보신 경우. 톤급이 안 정해지면 박스도 못 정합니다. 순서가 막힙니다.
- 짐이 상시 적재중량 110%를 넘는 경우. 톤급을 올리시거나 짐을 나누셔야 합니다. 버티면 수리비로 돌아옵니다.
7. 지금 전시장에 서 있는 차
평택 청북 전시장 기준으로 탑차 계열은 만 TGL 냉동탑 두 대가 서 있습니다. 세 번째 카드는 "탑이 아니라 윙이었어야 하는 경우"에 보시는 차로 같이 걸어 뒀습니다. 가격·주행거리는 조회 시점 기준입니다.
앞의 두 대를 나란히 놓고 보시면 순서의 힘이 보입니다. 톤급이 큰 쪽이 900만원 쌉니다. 주행 30만km 차이가 톤급 차이를 눌러 버린 거예요. 그러니 "3.9톤이 3.5톤보다 비싸겠지"라는 짐작으로 예산을 짜시면 후보를 스스로 좁혀 버리게 됩니다. 만 브랜드 자체가 처음이시면 만 트럭 중고 정리 글도 같이 보세요.
사장님, 마지막 한 줄만 더 드리겠습니다. 탑차는 싸게 사는 것보다 안 되돌아오게 사는 게 훨씬 남는 차입니다. 그리고 되돌아오는 이유는 거의 항상 1단계를 건너뛰었기 때문입니다. 짐을 어느 방향에서 싣는지, 온도가 필요한지, 파렛트가 몇 장인지. 이 셋만 적어 오시면 나머지는 저희가 맞춰 드리겠습니다. 차는 평택 청북에 세워 두고 있으니 실물 보시면서 같이 보시죠. 중고트럭은 역시 아이트럭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탑차와 윙바디 중 어떤 걸 골라야 하나요?
짐을 싣는 방향이 정합니다. 지게차로 옆에서 파렛트를 넣으면 윙바디, 뒤에서 손이나 대차, 파워게이트로 넣으면 탑차입니다. 물류센터 배차가 주력이면 대부분 윙바디가 맞고, 택배나 가구, 이사 짐처럼 뒤에서 넣는 일이면 탑차가 맞습니다.
탑차 고를 때 무엇부터 정해야 하나요?
상하차 방식, 온도, 톤급, 박스 규격 순서입니다. 박스 치수는 마지막입니다. 앞의 세 가지가 정해져야 박스가 좁혀지고, 순서를 거꾸로 잡으면 차형 자체가 안 맞는 차를 사게 됩니다.
일반탑과 냉장탑, 냉동탑은 어떻게 다른가요?
싣는 짐의 온도로 갈립니다. 공산품이나 택배는 일반탑, 신선식품과 유제품은 보통 0도에서 10도 사이를 쓰는 냉장탑, 육류나 수산물, 아이스크림은 영하 18도 이하까지 내려가는 냉동탑입니다. 칸을 나눠 냉장과 냉동을 같이 싣는 구성을 투냉이라고 합니다.
탑차 톤급은 무엇을 기준으로 정하나요?
표준 파렛트 장수로 셉니다. 탑차가 싣는 짐은 대부분 부피 화물이라 무게가 차기 전에 공간이 먼저 찹니다. 다만 적재중량의 110% 한도는 지켜야 하며, 3.5톤이면 3,850kg입니다.
3.5톤 탑차는 어떤 면허로 운전하나요?
2종 보통으로 가능합니다. 도로교통공단 기준으로 2종 보통은 적재중량 4톤 이하까지, 1종 보통은 12톤 미만까지 운전할 수 있습니다. 3.5톤과 3.9톤은 2종 보통 범위 안이지만 그 위 톤급으로 올라가면 1종 보통이 필요합니다.
중고 탑차에서 꼭 봐야 할 곳은 어디인가요?
박스 판넬 들뜸, 문짝 처짐, 바닥 부식, 골격 뒤틀림 네 가지입니다. 냉동탑이면 냉동기 가동시간과 판넬 단열 상태를 추가로 봐야 합니다. 박스 치수는 바깥 전장이 아니라 안쪽을 실측하셔야 하는데, 내장탑과 냉동탑은 단열재와 판넬 두께만큼 안쪽이 줄어듭니다.
중고트럭은 역시 아이트럭
상하차 방식과 파렛트 장수만 알려 주시면 차형·톤급·박스를 맞춰 드립니다. 실차는 평택 청북 전시장에 있습니다.